지금은 수영을 시작한지 1년이 되었지만. 그전엔 워낙 물을 무서워해서 여름에 바닷가나 계곡에 놀러 가도 발목까지만 겨우 담그고 멀리서 구경만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깊은 물 근처에는 얼씬도 못 했고, 세수할 때 물에 코만 살짝 들어가도 숨이 막혀 질겁하곤 했어요. 물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워낙 심하다 보니 평생 물놀이나 해양 스포츠는 남의 이야기로만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런 전형적인 맥주병이던 시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필리핀 세부와 보홀로 날아가 스킨스쿠버 오픈워터 자격증에 도전하게 되었어요. 여행계획을 길게 잡았는데 남편이 오픈워터에 도전해보자 해서 수락을 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수영을 전혀 못 해도 장비의 힘을 빌리면 물속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냈지만, 막상 교육장으로 도착하니 심장이 쿵쾅거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물 공포증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바닷속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던 생생한 과정과 물을 무서워하는 분들을 위한 현실적인 노하우를 정리해 봤어요.


1. 세부 앞바다에서 마주한 물 공포증과 실전 교육

수영장에 발도 못 들이던 상태에서 곧바로 무거운 공기통을 메고 바다로 들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아찔했습니다.

입으로만 숨 쉬는 마우스피스 적응기
물에 대한 두려움이 크면 무의식중에 코로 숨을 들이쉬다 사레가 들리기 쉽습니다. 입에 호흡기를 물고 오직 입으로만 들숨과 날숨을 쉬는 연습을 바닥이 보이는 얕은 물에서 수없이 반복했어요. '코는 쓰지 않고 입으로만 천천히 쉰다'는 단순한 감각을 익히는 데에만 반나절이 꼬박 걸렸습니다.

공포의 마스크 물빼기 극복법
수중에서 마스크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왔을 때 눈을 질끈 감고 위를 보며 코로 '흥' 바람을 불어 물을 밀어내야 합니다. 처음에는 시야가 가려지자마자 패닉이 와서 수면 위로 튀어 올라가려 했지만, 강사님의 손을 잡고 눈을 감은 채 심호흡을 가다듬으니 차츰 두려움이 가라앉더라고요.

귀 통증을 막는 부드러운 이퀄라이징
수심이 조금만 깊어져도 수압 때문에 고막이 찢어질 듯한 통증이 옵니다. 아프기 전에 미리 침을 삼키거나 코를 살짝 잡고 부드럽게 바람을 밀어내는 이퀄라이징을 1m 내려갈 때마다 수시로 해줘야 귀에 무리가 가지 않더라고요.


2. 보홀 바다에서 마주한 기적과 온전한 평온

세부에서 숨 막히는 기본 훈련을 마치고 보홀의 맑은 바다로 넘어갔을 땐, 그동안 물을 왜 무서워했나 싶을 만큼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물에 뜨는 부력조절기(BCD)의 든든함
수영을 못 해도 물에 빠져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공기를 넣고 뺄 수 있는 부력조절 조끼 덕분이었습니다. 버튼 하나로 물속에서 붕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중성 부력을 맞추고 나니, 물이 나를 집어삼키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감싸 안아준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발리카삭의 바다거북과 눈을 맞추던 순간
시야가 끝없이 펼쳐진 보홀 바닷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거북이를 바로 옆에서 마주했습니다. 물 밖에서는 한 걸음 걷는 것도 조심스럽던 몸이 물속에서는 오직 호흡에 맞춰 깃털처럼 가볍게 떠오르는 경험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었어요.

다이빙 후 몰려오는 피로와 관절 관리
물속에서는 무게를 못 느끼지만 무거운 공기통을 메고 배 위로 올라올 때는 무릎과 허리에 상당한 하중이 실립니다. 사다리를 잡고 올라올 때 허리에 무리하게 힘을 주지 말고, 배 위에서는 장비를 먼저 벗어 넘긴 뒤 몸만 가볍게 올라오는 요령이 필요하더라고요.

사실 해외 다이빙은 도와주시는분들이 많아 장비 먼저 받아주시고 다 끌어 올려주시고 해서 부담감은 없습니다. 


3. 물 무서워하는 초보자를 위한 안전 수칙

수영을 전혀 못 하는 상태에서 스킨스쿠버에 도전할 때 반드시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기준들입니다.

소규모 밀착 강습 선택하기
단순히 비용이 저렴한 곳보다는 강사 한 명당 교육생을 1~2명만 전담해 주는 곳을 고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물에 대한 공포가 올라왔을 때 눈앞에서 내 손을 잡아주고 눈을 맞춰주는 든든한 리더가 있어야 패닉에 빠지지 않아요.

호흡을 멈추지 않는 습관 들이기
물속에서 당황하면 숨을 들이마신 채 멈추기 쉬운데, 이는 폐에 무리를 주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무서울수록 마우스피스를 통해 '후- 하-' 소리를 귀로 들으며 규칙적으로 일정한 호흡을 뱉어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다이빙 전후 충분한 수분 섭취
공기통 속 압축 공기는 수분이 완전히 제거된 건조한 공기라 목이 금방 마르고 탈수가 오기 쉽습니다. 다이빙에 들어가기 전과 물 밖으로 나온 직후에 미지근한 물을 한두 컵씩 천천히 마셔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두려움의 벽을 깨고 마주하는 새로운 세상

발도 닿지 않는 물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던 맥주병 시절을 돌아보면, 그 공포를 딛고 바닷속 깊은 곳을 유영했던 기억은 삶을 대하는 태도마저 바꿔놓았습니다.

체력이 부족하다고, 혹은 지레 겁부터 난다고 해서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기엔 앞으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마음속에만 담아둔 채 두려워했던 일이 있다면, 안전한 가이드를 믿고 천천히 첫 숨을 내쉬어 보세요. 차근차근 내 페이스대로 발을 내딛다 보면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지고 잔잔한 성취감과 자신감이 마음속에 차오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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